사람은 자기 몫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한 섬지기 농사를 짓는 사람은 근면하게 일하고 절약하여 자기 가솔을 굶기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열 섬지기 짓는 사람은 이웃에 배 곯는 자 있으면 거두어 먹여야 하느니라. 백 섬지기 짓는 사람은 고을을 염려하고, 그보다 다른 또 어떤 몫이 있겠지. 제대로 할라치면,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어려운 것이 어른 노릇이니라.
서로 몰래 선물을 갖다 놓을 시기를 찾느라 크리스마스 이브엔 잠을 설치고 새벽엔 선물 꾸러미를 끄르며 즐거워하는 우리집만의 독특한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이 결혼해서 집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지금은 각기 멀리 가까이 흩어져 살지만 저희끼리나 주변 사람들끼리 정성어린 선물을 주고받는 걸 즐기는 버릇은 여전하다. 나는 그런 내 아이들이 대견하고도 사랑스럽다. 받는 것보다 주는 걸 즐기고, 주기 전에 뭘 주면 상대방에게 기쁘고 필요한 선물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의 처지나 마음이 되는 걸 볼 때 더욱 그렇다.